이방인 회개

편지/서정주

헤븐드림 2010. 10. 14.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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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지   서정주

내 어릴 때의 친구 淳實이.생각하는가
아침 산골에 새로 나와 밀리는 밀물살 같던 
우리들의 어린 날, 
거기에 매어 띄웠던 그네(추韆)의 그리움을? 
그리고 淳實이. 시방도 당신은 가지고 있을 테지? 
연약하나마 길 가득턴 그 때 그 우리의 사랑을. 
그 뒤, 가냘픈 날개의 나비처럼 헤매 다닌 나는 
산나무에도 더러 앉았지만, 
많이는 죽은 나무와 진펄에 날아 앉아서 지내왔다. 
淳實이. 
이제는 주름살도 꽤 많이 가졌을 淳實이. 
그 잠자리같이 잘 비치는 눈을 깜박거리면서 
시방은 어느 모래 沙場에 앉아 그 소슬한 翡翠의 별빛을 펴는가. 
죽은 나무에도 산 나무에도 거의 다 앉아 왔거든 
난들에도 구렁에도 거의 다 앉아 왔거든 
이젠 자네와 내 주름살만큼이나 많은 그 골진 사랑의 떼들을 데리고 
우리 어린날같이 다시 만나세. 
갓트인 蓮봉우리에 낮 미린내도 실었던 
우리들의 어린날같이 다시 만나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