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지영의 내가 사랑하는 시 ::
정지영 아나운서 에게는 기품(氣品)이 흐른다.
아나운서 이미지가 원래 좀 그런게 있어야 할거 같긴 하지만
그래도 다른 여자 아나운서들 보다 내게는 그녀의 기품이 더 높아 보인다.
이 시집은 SBS 파워 FM '정지영의 스위트 뮤직박스' 에서 사연과 함께
소개되었던 시들을 묶어서 모은 책이란다.
각 시마다 그녀의 느낌과 사연을 함께 곁들여 놓아서
시를 읽는 즐거움이 커진다. 시집에 실린 시들중에서 하나 골라서
소개 하고 싶은데 김남조 시인의 '너를 위하여'가 맘에 들었다.
'소중한 건 무엇이나 너에게 주마 ..'
그대에게 닿는 법
최옥
바람 속에 적어 주신 그리움을 읽습니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대여 내 눈높이에 늘 그대 있듯이
그대 눈높이에 언제나 내가 있습니다
만일, 이 그리움이 타버린다면
재가 되지는 않을게요
까만 숯이 될게요 숯이 되었다가
다시 사랑으로 타오를게요
사랑이 타버린다면
그래서 재가 되고 만다면
어느 나무 밑에 거름이 되어
잎이 되고 꽃이 되고 열매가 되듯이
또다시 나, 그대 가슴에 타오르는
불꽃이 될게요
그대가 그린 원 속에 가만히 서 있을게요
언젠가 그대 내게 닿을 수 있도록
--- pp.49-50
즐거운 편지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