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내린 하얀 눈, 눈이 왔다는 말이 반갑기보다 문득 낯설어졌습니다. “야, 눈이다”가 아니라 “어머 또 왠 눈이지”하고 중얼거렸으니 말입니다. 그 눈은 봄을 재촉하는 꽃보다도 화려한 모습으로 사라졌습니다. 나무들은 맨 몸으로 추운 겨울을 어떻게 무사히 지난 것일까. 한 겨울 앙상한 가지를 보면 죽은 듯 보여도 봄이 되면 어김없이 파릇파릇한 잎을. 향기롭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 냅니다. 양지쪽으로부터 올라오는 초록빛 잎사귀, 꽃잎을 보고 있노라면 나는 어느새 그들의 친구가 되어 버립니다. 왜냐하면 그들도 지난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이겨냈고, 나도 지난 날 아픔과 고통을 다 이기고 여기까지 왔으니까요. 뿌리 깊은 나무는 쉽게 쓰러지지
않습니다. 바람이 강하면 나무도 강해지고 숲이 어두우면 나무는 하늘을 향해 높이 뻗어 갑니다. 오히려 모진 추위와 비바람과 눈, 햇빛은 모두 나무를 건강한 나무로 만들어주는 영양분입니다.
사람도 그런 것 같습니다. 내 인생의 두 번째 이정표를 세우게 된 결혼과 더불어 시작된 이민생활이 믿는 자들에게 오는 고난은 축복이며, 특권임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인생의 나무에도 견디기 힘든 땡볕과 폭설은 무시로 내립니다. 그걸 피하려 하거나, 춥고 덥게 사는 것을 마다하면
멋지게 클 수 없습니다. 오히려 인생의 모진 추위와 비바람과 눈, 햇빛은 모두 우리를 건강하게 만들어 줍니다. 어느 누가 고난 없이, 새벽을 깨울 수 있으며, 어느 누가 고통 없이, 기도의 자리로 나오겠습니까? 내게도 일방적인 억울한 상황들 때문에 초라해지고 아파서 설명하고 싶은
데도 가슴속에 묻어 둔 말은 차마 꺼내지 못하고 그냥 얼굴만을 바라 볼 때가 있습니다. 눈으로 봐도 못 본 척, 귀로 들어도 못들은 척, 할 말은 너무 많은데 차마 말하지 못해 할 말이 너무 많이 가슴에 쌓여 죽을 것 같아 주님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 때 날 찾아 오셨던 예수님.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고통 속에서 위로의 주님을 만났습니다. 말 한마디, 그리고 손짓 하나에도 아파하던 잔인했던 어느 한 때, 나를 치료해 줬던 성경말씀, 눈가를 적시던 눈물, 그리고 기도. 그렇게 영혼은 성숙해 가고 믿음의 뿌리를 깊이 내리게 되었습니다.멸시와 비난의 아픔이 얼마나 큰 상처였는지 기도하면서 앞으로 나는 실력을 높이면서도 다른 사람을 경멸하고 정죄하지 않기로 결심을 했답니다. 우리는 습관을 최대한 다스려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들이 우리를 지배하게 됩니다. 나쁜 나무에는 나쁜 열매가 열리고, 좋은 나무
에는 좋은 열매가 열립니다. 세상은 고난을 불행이라고 말하지만, 제게 고난은 유익했습니다.
하나님은 사랑하는 자녀들을 불에도 달구고 물에도 집어넣습니다. 하나님을 위해 사는 사람들과, 하나님을 믿는다는 사람들은 많아도 하나님을 닮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우리를 슬프게 하고, 아프게 하는 사람들. 그래도, 그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봅니다. 얼어붙은 타인을 탓할 것이 아니라, 혹 내 마음이 얼어붙어 있지는 않은지. 내가 먼저 얼어붙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나를 점검해 봅니다.
내 마음 속에 자라고 있는 주바라기 나무는 바람이 강하면 나무도 강해지고 숲이 어두우면 나무는 하늘을 향해 높이 뻗어 가는 소망의 나무입니다. 여러분의 마음에도 믿음과 꿈이 있는 행복한 나무를 심으십시오. 나무는 산, 들판, 정원에 심기도 하지만 우리 마음에도 심는답니다. 인생의 나무에 잎이 우거지고 꽃이 피며 새가 깃 들 때도 있지만 앙상한 가지만 남은 겨울나무처럼, 차가운 바람을 혼자 맞고 서서 그 시린 겨울을 혼자서 견뎌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렇게 나무와 함께 믿음도 자라고, 마음도 자라고, 꿈도 자랍니다. 우리의 인생은 참으로 소중합니다. 나 자신만을 위하고 집착할 때는 점점 불행해지지만 나 자신보다 내 이웃을 더 위하고 사랑하려 할 때 삶의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한 번 지나간 시간은 돌이킬 수 없습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볼 때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후회 없는 삶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씀의 반석 위에 깊이 뿌리를 내리십시오. 사람이란 마음 쓰기에 따라, 하는 말에 따라 나무줄기의 열매의 빛깔이 달라집니다. 뿌리 깊은 나무는 쉽게 쓰러지지 않는답니다. 황은숙사모(낙원장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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