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삶에 대하여/김형하

헤븐드림 2024. 1. 24. 11:17

 

 

 

삶에 대하여

김형하

 

 

  어느덧 세월이 흘러 고희 앞에 서 있다. 잠시 삶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하여 진지하게 돌아보지 못했었다. 그냥 닥치는 대로 그때그때 살아오지 않았나 싶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가족을 위한답시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루하루 살아온 것 같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뭘까? 내가 생각하는 가치와 남이 생각하는 가치는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삶에는 정답이 없다고 하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삶의 가치는 공통점이 있지 않을까 싶다. 가족의 행복, 풍요로운 삶의 추구, 건강, 직업, 자연, 자유, 취미활동 등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삶을 존중하고 싶다. 솔직히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도 근자의 일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철이 들려면 아직 멀었나 보다.

  3년 전 갑자기 아들을 잃고부터 삶의 의미가 무의미해졌다. 의욕이 없어지고 우울증 환자처럼 삶 자체가 무미건조해졌다. 자식을 잃어보지 못한 사람은 잘 모른다. 아들과 함께했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있을 때는 잘 몰랐다. 아니 알면서도 잘 챙겨주지 못했다. 한마디 말이라도 따뜻하게 살갑게 대해주지 못했다. 칭찬보다는 꾸지람이 더 많았다. 나름대로 아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나의 지나친 사랑이 아들에게는 깊은 상처가 되어 우리는 한동안 갈등을 해오기도 했었다.

  아들이 남겨두고 간 유품을 정리하다가 아들의 마음을 알게 되어 가슴이 아프다. 그 힘든 투병 세월을 꿋꿋이 이겨내고 이제야 겨우 삶의 맛을 알아갈 무렵인데, 이제 겨우 꿈을 펼치기 위한 새로움의 시작인데 청천벽력 같은 일이 일어났으니, 혈액암 완치판정을 받고 얼마나 기뻐했던 아들이었는데 15년 세월의 투병 끝에 얻은 기쁨도 누리기 전에 뇌내출혈로 손 한번 못 쓰고 입원한 지 엿새 만에 세상을 떠났다. 아들은 죽기 직전까지 활발하게 활동했다. 텔레비전 광고 촬영, 한국혈액암협회에서는 혈액질환자 및 암 환우들을 위하여 명리학 강의와 연극 강의 재능기부를 했고 또한, 유튜브에서는 쉽고 재미있는 명리학- 김명리 강의로 사람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기도 했다. 청소년들과 중학생들에게는 연극 강의와 유튜브 강의로 꿈을 심어주기도 하였다.

  아들이 죽은 지 벌써 3주기가 돌아오는데도 아직 아들을 찾는 데가 있다. 몇 군데는 전화로 아들 사망 소식을 알려줬다. 소식을 전해 듣고 깜짝 놀란다. 살아생전 짧고 굵게 살아온 아들이 대견스럽고 장하다. 이제라도 아들은 제대로 알게 되어 천만다행이다. 왜 있을 때는 잘 몰랐을까? 지금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평생 아들을 가슴에 묻고 후회하며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또 하나의 바람은 내가 아들의 삶의 반의반만큼만 살다갔으면 여한이 없겠다는 생각이다. 오래 사는 것도 복 중의 복이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삶의 의미는 개인의 행복이 우선인 것이 분명하다. 이런 유행가 가사가 절실하게 들려오는 저녁이다.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이번이 마지막, 마지막 기회야, 더 이상 내게 무얼 바라나, 있을 때 잘해 그러니까 잘해

  나는 우리 가족과 함께 있을 때 가족의 고마움을 모르면서 내 방식대로 불편함만 내보이면서 살아오지는 않았나 생각만 하면 면목이 없다. 삶의 가치는 말보다는 행동이 우선시 되어야 하지만, 융통성이 필요할 때도 있다. 아들을 잃고 아내와 단둘이 살면서 내가 아내에게 무엇을 해주었나? 함께 늙어가면서 잘 해주지 못해 만감이 교차한다.

 

  삶이란 인생에서 무엇인가, 삶은 우리에게는 예외 없는 특별한 선물이다.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세상을 경험하고 사랑하면서 성장한다. 그러나 우리는 일상의 소중함을 간과하곤 한다. 우리의 삶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어 늘 불안하기도 하다. 불확실하고 불안한 삶이지만, 우리는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아야 한다. 인생은 단순히 목적지에만 도달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오히려 그 여정 자체가 삶의 가치와 아름다움이 되어야 한다. 삶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흐르는 강물과도 같다.

  때로는 순탄한 평야를 걷기도 하고 때로는 가파른 산길을 오르락내리락할 때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상황은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어 주며 우리의 내면에서 잠자는 잠재력을 깨우칠 기회이기도 하다. 삶 속에서 마주하는 어려움과 도전은 우리의 인내와 결단력을 시험한다. 하지만, 그 속에 숨겨진 삶의 기회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포기하지 말고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아야 한다. 진정한 삶의 의미는 나 자신에게 있고, 나 자신이 행복하고 만족할 때가 아닐까 싶다.

 

 김형하 작가

경남 함양 출생

육군3사관학교 졸업 및 서울디지털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3년 문예사조 등단과 2005년 제5회 머니투데이 경제신춘문예당선

시집 비틀거리는 그림자』 『달거리』 『낮달의 기원』 『배꼽이다

수필집 내 인생은 낡은 패션』 『씨앗 냄새』 『버무린 가족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