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라의일상

유월 /리라

헤븐드림 2023. 6. 26. 06:02

 

 

숲에 풀벌레 소리 가득한 저녁,

여름이 성큼 들어선 하늘에 돋는 희미한 별들을 보니

아련하게 다가오는 모습이 있다.

숲속의 바람처럼 마음을 흔드는 얼굴들이 있다.

그 먼거리를 돌아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는 나에게 어김없이 6월이 당도했다.

 

이토록 눈부신 계절 속, 소중한 사람들의 깊어진 질병이 내 가슴을 후벼팠던 기억이 생생하다.

죽음과 상실과 통곡과 뜨겁게 앓던 삶에 대한 회한으로 아마 무기력한 나의 항거 또한 무너졌으리라

왜 살아야하는지 이유를 모른 채 해가 거듭해 바뀌고 그저 살아가는거지 하는 비겁한 존재의 의미만 붙잡고 있는 중이다.

 

아직도 6월은 나에게 참 힘든 달이다. 꽃들이 피고 지고 새들이 분주히 날고 노래하고 잦은 비로 땅은 축축해지고 

이런 풍경과 함께 아침과 저녁으로 불안한 기운이 나를 휘돌고 가는 그런 달이다.

막상 떠난 사람들은 가을과 겨울에 흔적을 남겼는데.. 왜 느닷없는 초여름의 열병이 나를 괴롭히는 것일까?

필경 6월의 짙푸른 녹음 탓일게다. 너무도 생생한 저 생명력이 나를 짖누르고 뜨거운 태양의 열기마저 식어진

나의 심장을 질타하는 것이리라

아름답기 때문에 가버린 사람들에 대한 불평을 쏟아내는 내 자아의 비현실적인 항의일 것이다.

 

6월! 너무도 좋은데 싫어하고 싶은 달이다.

싱그럽게 산들거리는 수많은 나뭇잎들의 손사위가 너무도 내 가슴을 아프게 한다.

딴은 오늘이 육이오이기도 하다.

그랬구나 나도 모르게 슬퍼했던 까닭이 어두운 역사를 떠도는 영혼들의 합창이 들렸던 때문이었구나

두 손을 모은다. 6월의 항쟁이 다름아닌 내 안에서의 절절한 애통이었던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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