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끝나고/롱펠로우·미국 시인, 1807-1882
하루가 끝나고 어둠이
밤의 날개에서 내린다
독수리가 날다 흘린
깃털 하나 천천히 떨어지듯
마을의 불빛
비와 안개 속에
빛나는 걸 보노라니
알 수 없는 서글픔 휩싸와
내 영혼 그것을 감당할 수 없구나
서글픔과 그리움의 느낌
아픔이라고는 할 수 없고
안개와 비가 비슷하듯
그냥 슬픔과 비슷한 어떤 것
이리 와 내게 시를 읽어 주오
이 산란한 심정 달래고
낮의 온갖 상념 몰아내 줄
소박하고 감동적인 시를
옛 거장들의 시는 그만 두오
장엄한 시인들의 시도 그만 두오
그네의 아득한 걸음 소리
아직 시간의 통로에서 메아리치오
저들의 거창한 생각 듣노라면
마치 군대의 행진곡처럼
싸우고 또 싸우라는 것만 같소
허나 오늘밤 나는 휴식이 그립소
소박한 시인의 시를 읽어 주오
여름 구름에서 소나기 쏟아지듯
아니면 두 눈에 눈물이 고이듯
가슴에서 우러나온 노래를
힘들고 긴 낮을
평안 없는 밤들을 보냈으면서도
영혼 속에서 아름다운 가락의
음악을 들었던 시인의 노래를
그런 노래가
쉼 없는 근심의 맥박을
가라앉힐 수 있소
그리고 기도 다음에 오는
축복의 말처럼 들린다오
그러니 그 소중한 시집에서
당신이 고른 시를 읽어 주오
그리고 시인의 운율에 맞춰
당신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려주오
그러면 밤은 음악으로 가득 차고
온 낮을 괴롭혔던 근심은
아랍인들이 천막을 거두고 떠나듯
조용히 조용히 떠나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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