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 항아리처럼/이향아
기적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퍼낸 물만큼 물은 다시 고이고
달려온 그만큼 앞길이 트여
멀고 먼 지축의 끝간데에서
깨어나듯 천천히 동이 튼다면
날마다 다시 사는 연습입니다
연습하여도 연습하여도
새로 밀리는 어둠이 있어
나는 여전히 낯선 가두에
길을 묻는 미아처럼 서 있곤 했습니다
눈을 감고 살기를 복습하여서
꿈을 위해 비워둔 항아리처럼
꿈도 비워 깊어진 항아리처럼
기적보다 눈부시게 돌아오기를
옷깃 여며여며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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