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 는 사실 중국의 황량한 시골 난시저우에서의 생활과 그곳에서 낳은 딸 캐롤에 의해 쓰여진 소설이나 다름없다. 캐롤은 장애아였다. <대지> 는 출판되자마자 ‘이달의 북클럽’에 선정되면서 폭발적인 판매량을 올렸다. 1932년 펄벅은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1938년에는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졌다. 펄벅은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지> 는 작가 자신의 견문을 토대로 하여 빈농으로 재산을 모아 대지주가 되는 왕룽(王龍)과 그 일가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그린 소설이다. 격동하는 중국의 역사 속에서 작가를 사로잡은 것은 급변하는 역사의 흐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중국의 광활한 대지에서 태어나 살고, 죽어가는 질긴 잡초와도 같은 중국 농민의 모습이었다.
작품 전체를 통하여 이야기의 내용이 도도히 흐르는 강물과도 같이 거침없이 흐르며, 흔들리지 않는 중국 민중의 강인함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이 소설을 읽으면 자연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알 수 있다. 하늘을 까맣게 뒤덮어 낮을 밤으로 바꾸는 메뚜기떼, 이 장면을 읽으면 인간이 얼마나 왜소한 존재인가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인간이 아무리 자연을 정복했다고 큰 소리쳐도 자연에 비하면 인간은 하찮은 존재에 불과하다. 그러한 인간이 살아남기 위하여 자연과 싸워나가는 모습은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어떤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직접 그 문화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사실상 어떤 문화와 그 문화권의 사람들을 진정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그곳에서 나고 자라지 않는 한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그 나라, 그 민족의 언어를 미묘한 느낌까지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생활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만일 작가 펄벅에게 중국에서 보낸 어린 시절이 없었다면 중국과 중국인의 삶을 그토록 풍부하고 진실하게 묘사한 소설 <대지> 는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펄 벅은 반평생을 중국에서 살았다. 푸른 눈과 오똑한 콧날을 가졌지만 중국을 사랑했다. 그녀는 임종 직전에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묘비에 ‘사이전주(賽珍珠)’라는 중국식 이름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줄거리
신해혁명이 임박한 청나라 시골의 빈농인 왕룽은 마을 부자 황부자댁의 하녀인 오란과 결혼한다. 오란은 시아버지를 잘 공경하는 효부요, 살림을 잘하는 가정주부였다. 왕룽은 오란을 아내로 맞고 나서부터 연이은 풍년을 맞고 모은 돈으로 황부자댁의 기름진 땅을 산다. 그러나 마을에 기근이 들면서 온 가족이 모두 도시로 이주한다. 가장으로서의 가족부양책임이 있는 왕룽은 인력거 운전을 하고, 오란도 두 아들과 함께 동냥을 한다. 혼란스러운 정치로 부자들이 재산을 숨기고 피난가는 일이 생기자, 아내는 그들이 숨긴 재산을 찾아내고, 덕분에 왕룽은 고향에 돌아온다.
마침 황부자는 아편 중독 때문에 알거지가 되었기 때문에 농사에 필요한 땅을 살 수 있었고, 나중에는 오랜 친구 칭의 땅을 사는 대신 그를 일꾼들을 감독하는 관리인으로 데리고 쓸만큼 그의 재산은 늘어난다.
부자가 된 왕룽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마을이 흉년이었을 때 영양부족으로 백치가 된 딸도 편안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었지만, 오란은 여전히 남편의 무관심 속에서 살림만 할 뿐이었다. 급기야는 첩 렌화를 들이기까지 하자, 이에 화병이 난 오란은 큰 아들의 결혼식이 끝난 지 얼마 후 조용히 눈을 감는다.
세월이 흘러서 노인이 된 왕룽은 장성한 아들들에게 땅을 팔지 말 것을 부탁하지만, 약아빠진 아들들은 말로만 순종하는 척 한다. 손자들도 할아버지가 혁명(신해혁명)으로 바뀐 세상의 흐름을 모른다면서 무시한다. 그 아들들은 각각 장남 왕일, 차남 왕이, 막내 왕호(왕삼)이다... 펄벅은 대지의 1부 2부 3부로 노벨 문학상을 탄다.
4부(펄벅이 마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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