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영혼

신앙 (信仰)/김소월

헤븐드림 2022. 3. 16. 07:13

 

 

 

신앙 (信仰)/김소월

 

 

눈을 감고 잠잠히 생각하라

무거운 짐에 우는 목숨에는

받아가질 안식을 더하려고

반드시 힘있는 도움의 손이

그대들을 위하여 기다릴지니.

 

그러나 길은 다하고 날이 저무는가.

 

애처로운 인생이여

종소리는 배 바삐 흔들리고

애꿎은 조가(弔歌)는 비껴 올 때

머리 수그리며 그대 탄식하리.

 

 

그러나 꿇어앉아 고요히

빌라 힘있게 경건하게.

그대의 맘 가운데

그대를 지키고 있는 아름다운 신을

높이 우러러 경배하라.

 

 

멍에는 괴롭고 짐은 무거워도

두드리던 문은 멀지 않아 열릴지니

가슴에 품고 있는 명멸의 그 등잔을

부드러운 예지의 기름으로

채우고 또 채우라.

 

 

그러하면 목숨의 봄 두던에

삶을 감사하는 높은 가지

잊었던 진리의 봉우리에 잎은 피어

신앙의 불붙는 고운 잔디

그대의 헐벗은 영(靈)을 싸 덮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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