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信仰)/김소월
눈을 감고 잠잠히 생각하라
무거운 짐에 우는 목숨에는
받아가질 안식을 더하려고
반드시 힘있는 도움의 손이
그대들을 위하여 기다릴지니.
그러나 길은 다하고 날이 저무는가.
애처로운 인생이여
종소리는 배 바삐 흔들리고
애꿎은 조가(弔歌)는 비껴 올 때
머리 수그리며 그대 탄식하리.
그러나 꿇어앉아 고요히
빌라 힘있게 경건하게.
그대의 맘 가운데
그대를 지키고 있는 아름다운 신을
높이 우러러 경배하라.
멍에는 괴롭고 짐은 무거워도
두드리던 문은 멀지 않아 열릴지니
가슴에 품고 있는 명멸의 그 등잔을
부드러운 예지의 기름으로
채우고 또 채우라.
그러하면 목숨의 봄 두던에
삶을 감사하는 높은 가지
잊었던 진리의 봉우리에 잎은 피어
신앙의 불붙는 고운 잔디
그대의 헐벗은 영(靈)을 싸 덮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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