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지는 것 옆에서
박재삼 / 시인
1
이젠 얼마 안 남은 꽃 질 일밖에 남았네.
꽃대들이 서 있을 그 일밖에 안 남았네.
마음이 착해 물 같은 마음이라 하고,
그래 그 마음을 주는, 물주는 조석(朝夕)이라 하고,
가만히 피어나면 꽃은 어떻게 피던가,
몇 만 년 후에도 그것은 모를 일일레.
그러나 시방 보아라,
지는 꽃잎 두어 잎 저걸 보아라,
무슨 모양인가를
우리의 물빛 마음은 비추어 알아내는 것이다.
2
어떻게 사랑하게 되었는가를
그야말로 어떻게 알겠는가.
그러나 바야흐로 이별하며 있는 지금 멀찌기
오히려 손 흔들며 보여오는 사랑의 모습 ·····
꽃대밖에 꽃대밖에 더 남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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