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와 은총

편지/오세영

헤븐드림 2018. 2. 6. 00:58



편지/오세영



나무가


꽃눈을 틔운다는 것은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이다.


찬란한 봄날 그 뒤안길에서 


홀로 서 있던 수국 

그러나 시방 수국은 시나브로 


지고 있다.

찢어진 편지지처럼 

바람에 날리는 꽃잎,

꽃이 진다는 것은 

기다림에 지친 나무가 마지막

연서를 띄운다는 것이다.

이 꽃잎, 


우표대신 봉투에 부쳐 보내면


배달될 수 있을까.


그리운 이여, 

봄이 저무는 꽃 그늘 아래서

오늘은 이제 나도 너에게 

마지막 편지를 쓴다.



나는 오세영 시인의 시를 참 좋아한다

섬세한 감성과 깊은 의미 부여가 내 가슴에 

부딪치는 시이기 때문이다

이 꽃잎, 우표대신 봉투에 부쳐 보내면.. 

낙화가 기다림에 지친 나무의 마지막 연서..

아름답고 소중한 시인의 마음인가?

내 속에 숨어있던 시상을 마구마구 만져댄다




그의 시편지는 언제나 이렇게 날개 달고 

꽃잎처럼 내게 날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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