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예배당/정연복
태어나서 죽는 날까지 한 하늘만 우러러 살아가는
세상의 모든 나무들은 저마다 하나의 예배당이다.
떠벌리는 기도 요란스러운 찬송은 없어도
왠지 그 앞에 서면 가만히 마음의 옷깃 여미며
세속의 들뜬 욕심 따위 한순간 사라지고
맑아지는 정신 속 나의 참 모습에 새로 눈뜨는
말없이 성스러운 곳 나무 예배당.
찬 겨울 빈 가지들뿐인 나무에
날아와 앉은 두 마리 작은 새
지저귐도 없이 미동(微動)도 없이
숨 멎을 듯한 고요 속 잠시 깊은 묵상에 잠겼다가는
허공으로 가벼이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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