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방의 기도

영혼의 피리/이성선

헤븐드림 2011. 12. 2. 01:44






    영혼의 피리/이성선

    육체의 등잔에 영혼의 불을 켜고 나는 기도한다.
    내 영혼이 우주의 눈뜨기를
    하늘의 리듬 속에 영원히 살기를
    한밤 영혼의 목소리에 홀연히 깨어나
    깨달음의 깊은 우물에서
    한 두레박씩 물을 퍼올려 시를 쓰기를,
    밤마다 육체를 깎아 무궁에 이르는 하늘길에

    등불을 켜고 피리 불어
    시를 빚는 허공에 별이 빛나기를
    마음은 항시 하늘 풀잎을 가꾸며
    지나는 바람소리나 숲속 달그림자로

    피륙을 짜는 물레이기를
    물레가 세월을 뛰어넘어 혼자 노래하듯
    허물어진 듯한 빈 초가로 앉아 터진 지붕새로
    별빛 빗물 새소리가 몰래 들어와 잠자다 가고
    햇빛이나 저녁 놀빛이 놀다 가면 아 그런 날이면
    나는 남긴 꿈만으로도 황홀해 피리가 되리니
    땅 끝에서 하늘까지 헤매며
    구멍마다 열고 노래하는 피리가 되리니
    헐벗은 나무여, 가난한 영혼을 지닌 이여
    죽어가는 이의 마지막 눈빛이여
    내 그대 안에서도 영원을 눈뜨게 하리
    한 줄기 무한을 비추리
    몸은 지상에 살아도
    영혼은 하늘을 가꾸고 시를 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