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이야기

영화 속의 가을 풍경과...

헤븐드림 2011. 11. 17. 00:14

 


 

가을로2006 | 김대승 | 유지태 김지수 엄지원

 



여자는 영원히 그들이 약속한 가을에 머물러 있다. 남자는 여자의 흔적을 찾아 7 번 국도를 따라 간다. 강원도 영월의 동강 어귀의 갈대숲, 남자는 강류에 미처 흘러가지 않은 옛 연인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는 듯하다. 망자는, 가을이 오면 되살아난다. 가을은 추억을 먹으며 흐르는 시간이니까.

 

 

 

 


연풍연가 1998 | 박대영 | 장동건 고소영

 



남자는 일상을 벗어나고 싶어서 제주도를 찾았고, 어느 관광 가이드를 만난다. 이내 그 들은 조심스러운 사랑의 감정에 휩싸인다. 조금은 뻔한 스토리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건 장동건 고소영이라는 선남선녀를 둘러싼 제주도의 가을 풍경. 관광엽서와 영화의 만남. 그리고 그 위에 흐르는 말랑말랑한 주제가.

 

 

 

 


별 2003 | 장형익 | 유오성 박진희

 



주로 눈 덮인 산골을 배경으로 하지만, ‘별’엔 겨울로 가기 직전의 가을도 있다. 외로움을 자청한 남자는 그 외딴곳에서 생애 처음으로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그 계절은 가을. 하지만 겨울은 곧 다가오고 영우(유오성)는 힘겹게 만난 사랑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강원도 정선에서 촬영한 영화.

 

 

 

 


살인의 추억 2003 | 봉준호 | 송강호 김상경 박해일

 



가을에서 시작해서 가을로 끝나는 영화. 하지만 그 영화의 제목은 ‘가을의 추억’ 이 아니라 ‘살인의 추억’이다. 봉준호 감독이 이 영화의 계절로 가을을 선택한 건, 그 계절이 지닌 묘한 햇볕 때문일까. 아니면 감독은 ‘풍요의 계절’에 겪었던 상실감을 보여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사건 현장을 찾은 박두만(송강호). 그 계절 또한 가을이다. 
살인의 ‘추억’은 계속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2003 | 김기덕 | 오영수 김영민 서재경

 



활기가 움트던 봄날도, 사랑으로 치열했던 여름도 사라졌다. 영화 속에서 가을은 모든 번잡한 욕망을 정리하고 마감하는 시간이다. 노승은 눈과 귀 입에 ‘閉(폐)’라는 종이를 붙인 후 열반한다. 주왕산의 아름다운 단풍으로 둘러싸인 주산지에선 그렇게 한 철을 ‘닫는’의식이 있었다.

 

 

 

 


아름다운 시절 1998 | 이광모 | 이준 김정우 안성기

 



50 군데의 로케이션을 거치며 1년 동안 사계절을 담은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 ‘Spring in My Hometown’, 즉 ‘고향의 봄’. 하지만 이 영화의 가을 또한 고향의 정서를 담고 있으며 그 느낌은 스산함이다. 유난히 롱 쇼트가 많았던 이 영화. 강가에 줄지어 널린 검은 옷가지와 누런 땅이 조화를 이룬다.

 

 

 


서편제1993 | 임권택 | 김명곤 오정해 김규철

 



방랑자들에게 가을은 찬란하면서도 고달픈 계절이다. 아직 남아 있는 여름 햇빛은 따사롭게 비추지만, 그 안을 걷는 세 사람은 다가올 겨울이 걱정이다. 하지만 그들이 즐거울 수 있는 건 ‘소리’가 있기 때문. 남도 지역을 돌며 촬영한 ‘서편제’는 가을 이라는 계절의 애잔한 감수성을 담담히 끌어안는다.

 

 

 

 


오버 더 레인보우 2002 | 안진우 | 이정재 장진영

 



남자는 사랑하는 여인의 기억을 잃는다. 영화는 그의 ‘잊혀진 계절’ 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잊혀진 계절 속의 여자는 사진에서처럼 낙엽 속, 가을 속에 있다. 사랑은 오색의 단풍처럼, 화려한 무지개처럼 다양한 색감의 감정으로 기억된다. 슬픔과 행복, 그리움과 아쉬움의 온갖 정서가 뒤섞인 가을이라는 형형색색의 계절. 


 

 


 
미술관 옆 동물원 1998 | 이정향 | 심은하 이성재 안성기 송선미

 



고양이와 강아지처럼 으르렁대는 남녀가 함께 쓰는 시나리오. 그 시나리오 속에서 짝사랑에 가슴앓이를 하는 여자 다혜 (송선미)는 자전거를 타고 가을 정취가 스며든 숲길을 달린다. 아름다운 옷을 갈아입은 청계산 속 천연림과 사랑을 찾는 그녀의 자전거. 낙엽이 내리는 길 위에서 사랑과 가을은 그렇게 만났다.

 

 

 

 


아는 여자 2004 | 장진 | 정재영 이나영

 



남녀가 9월의 어느 길을 다정하게 걷고 있다. 멈춰 선 그들. 여자(오승현)는 남자(정재영)에게 이별을 고한다. 마음은 그렇지 않지만, 남자는 의외로 순순히 받아들인다. 떠나는 여자의 등 뒤로 남자의 내레이션이 흐른다. ‘이번에도 사랑이 아니었다….’ 남이섬의 메타세쿼이어 길에서 촬영된 장면. 가을은… 이별의 계절이다. 그리고 새로운 사랑이 찾아온다.

 

 

 

 


로드 무비 2002 | 김인식 | 황정민 정찬 서린

 



‘로드 무비’의 두 남자는 가을의 어떤 이미지와 닮았다. 남자들은 부유하듯 떠다닌다. 그들은 길 위에서 외로움 을 느끼고 무언가를 갈망하면서도, 또다시 길을 떠나기 위해 발목을 휘감는 무게를 끊임없이 버리고 비워낸다. 가을의 허전함과 쓸쓸함을 알고 싶은가? 길 위에선 두 남자를 바라보라.

 

 

 

 


화엄경 1993 | 장선우 | 오태경 이혜영 원미경

 



‘서편제’가 나오던 해, 또 한 편의 ‘구도의 영화’ 가 있었다. 고은의 소설을 영화화한 ‘화엄경’에서 소년 선재(오태경)도 ‘서편제’의 그들처럼 사계절의 길을 떠돈다. 
하지만 깨달음은 쉽지 않고, 길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은 소년에게 화두만을 던져줄 뿐이다. 가을 이라는 사색의 공간 그리고 견성의 순간.

 

 

 

 


인정사정 볼 것 없다 1999 | 이명세 | 박중훈 안성기 장동건

 



영화 초반, 부산의 40 계단에서 벌어지는 테러 신. 은행잎이 잔뜩 깔린 도로와 계단 위에 바람이 불고 낙엽이 일렁이면, 은행나무 위 하늘가로 구름이 잔뜩 몰려와 가을비를 뿌리기 시작한다. 비지스의 ‘Holiday’ 가 곁들어지며 완성되는 지독하게 아름답고 쓸쓸한 살인 시퀀스, 혹은 가을 시퀀스의 최고봉.

 

 

 

 


집으로... 2002 | 이정향 | 김을분 유승호

 



여름이 끝났다. 소년은 정든 할머니집을 떠나 다시 도시의 집으로 돌아간다. 가을의 초입, 할머니는 소년을 배웅한다. 그리고 소년은, 이별과 그리움이란 정서를 처음으로 배운다. 소년은 가을이란 계절, 그 쓸쓸한 아름다움을 어렴풋이 알아가고 있었다.

 

 

 

 


가을 여행 1992 | 곽재용 | 이미연 이경영 김민종

 



‘비오는 날의 수채화’(90)로 한국영화계에 아련한 풍경화 한 점을 선사한 곽재용 감독은 ‘가을 여행’에서 풍경의 파노라마를 보여준다. 범죄 액션 장르의 냄새가 풍기긴 하지만, 이 영화가 진정 보여주고 싶던 건 가을과 로드 무비가 만났을 때의 스펙터클. 20 대 초반의 이미연은 영화의 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