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라의 기도와 신앙시

믿음의 흙 / 박목월

헤븐드림 2011. 11. 16. 00:12


        믿음의 흙 / 박목월


        제비는 진흙을 이겨 집을 짓는다.
        진흙이 무엇을 뜻하는 것임을 모르고
        알을 까기 위하여
        그것을 이겨 집을 짓는 맹목적인 슬기

        진흙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누가 아랴,
        그것을 이겨 눈에 바르고
        보냄을 받은 실로암의 연못에서 씻음으로
        장님은 눈을 뜬다.

        심령의 눈 먼 자여 영혼의 장님이여
        안다는 그것으로 눈이 멀고
        보인다는 그것으로 보지 못하는
        오만과 아집 속에서
        진흙을 이겨 눈에 바르게 하라.

        진흙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도 모르고
        제비는 둥우리를 마련하여 알을 까는 믿음.
        진흙을 이겨 눈에 바르고
        보냄을 받은 실로암의 연못에서 눈을 씻자.



 

'리라의 기도와 신앙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늘이 없어져도/송명희  (0) 2011.11.23
나를 흐르게 하소서/정용철  (0) 2011.11.17
사명/리라  (0) 2011.11.10
첫눈을 맞으며 가을을 보내네 /리라   (0) 2011.11.06
불꽃 놀이/리라  (0) 2011.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