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회개

침묵편지/양현주

헤븐드림 2010. 10. 28. 22:52






    침묵편지 / 양현주 철퍼덕, 밟히는 소리가 들려요 뒤덜미를 확 잡힌 기억이 숲 밖으로 뛰어나와 도로를 횡단하다 저녁 어스름 몇 마리 죽었을라나요 귀를 잃었을까요 꽃피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 꽃이 되었던 오월 한참을 걷던 벚꽃 나무가 어깨를 기대고 있어요 잎새를 서로 기댄다는 것은 수만리 떨어진 임과 일월에 꽃피는 일 간절한 바램으로 지난 계절의 연가를 새 곡조로 부르는 일 잊혀진 약속 떠올리며 손끝으로 푸른 심줄 세우던 맹세 숭숭 뚫린 벌레 먹은 상처를 어루만지는 것이지요 달이 비취지 않아도 긴 꽃 자리에 별 떨기가 피었는데요 눈도 잃었을라나요 세상이 하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