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회개

연두의 내부/김선우

헤븐드림 2025. 3. 4. 06:45

 

 

연두의 내부

 

                          김선우

 

 

막 해동된 핏방울들의

부산한 발소리를 상상한다

이른 봄 막 태어나는 연두의 기미를 살피는 일은

지렁이 울음을 듣는 일, 비슷할 거라고

 

상상해본다 최선을 다해 운다고

상상해본다 최선을 다해 웃는다고도

최선을 다해 죽는다거나

최선을 다해 이별한다거나

최선을 다해 남는다거나

최선을 다해 떠난다거나

 

최선을 다해 광합성하고 싶은

꼼지락거리는 저 기척이

빗방울 하나하나 닦아주는 일처럼

무량하다 무구하다 바닥이 낮아진다

 

아마도 사랑의 일처럼

 

 

시인 김선우

 

1970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강원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6년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대관령 옛길' 등 10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04년 제49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2007년 현재 '시힘'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도화 아래 잠들다>,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가 있다. 이밖의 작품으로 산문집 <물 밑에 달이 열릴 때>, <김선우의 사물들>, <내 입에 들어온 설탕 같은 키스들>, 동화 <바리공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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