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영혼

달빛 체질/이수익

헤븐드림 2022. 7. 30. 05:37

 

 

달빛체질/ 이수익

 

 

내 조상은 뜨겁고 부신

태양체질이 아니었다. 내 조상은

뒤안처럼 아늑하고

조용한

달의 숭배자이다

 

그는 달빛그림자를 밟고 뛰어 놀았으며

밝은 달빛 머리에 받아 글을 읽고

자라서는, 먼 장터에서

달빛과 더불어 집으로 돌아왔다.

 

낮은

이 포근한 그리움

이 크나큰 기쁨과 만나는

힘겨운 과정일 뿐이다

 

일생이 달의 자양속에

갇히기를 원했던 내 조상의 닽빛 체질은

지금

내 몸 안에 피가 되어 돌고 있다

 

밤하늘에 떠오르는 달만 보면

왠지 가슴이 멍해져서

끝없이 야행의 길을 더듬고 싶은 나는

 

아, 그것은 모태의 태반처럼 멀리서도

나를 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보이지 않는 인력이 바닷물을 끌듯이

 

- 이수익 시집 <꽃나무 아래의 키스>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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