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산책

애월 혹은

헤븐드림 2013. 2. 23. 07:36

 


 






        애월 혹은/   서안나
         

        애월(涯月)에선 취한 밤도 문장이다 

        팽나무 아래서 당신과 백 년 동안 술잔을 기울이고 싶었다 

        서쪽을 보는 당신의 먼 눈 울음이라는 것 느리게 걸어보는 것 

        나는 썩은 귀 당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애월에서 사랑은 비루해진다 
        애월이라 처음 소리 내어 부른 사람, 

        물가에 달을 끌어와 젖은 달빛 건져 올리고 소매가 젖었을 것이다 

        가 빛나는 이마를 대던 계절은 높고 환했으리라 

        달빛과 달빛이 겹쳐지는 어금니같이 아려 오는 검은 문장, 애월 
        나는 물가에 앉아 짐승처럼 달의 문장을 빠져나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