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산책

오르골/이슬

헤븐드림 2011. 11. 15. 06:08




    오르골 /이슬

    나무의 뿌리들이 태엽을 감고 있는 시간
    누군가 상자뚜껑을 열듯 소리를 쏟아내는 나무들의 춤
    소리가 멎을 때까지 흔들리는 일에 한창이다
    울긋불긋 어지러운 현기증을 다 털어낸 자리
    나뭇가지를 뛰어 다니며 놀던 수액들은 모두 바람이 된다
    앞뒤를 보여주며
    숨기는 것 없다는 듯 보여주는 엽록의 투명한 연주가 길다
    잎의 사이사이마다 음계가 반짝 거린다
    새들이 앉았다 간 나무 밑 마다
    불안한 노래가 가득 떨어져 있다
    뿌리가 감고 있는 것은 깊은 어둠이다
    칸칸의 어둠에 앉았다 날아가는 새들
    가끔 잎을 털어내는 환한 시간이면 날아오르는 새들이 있다
    가장 밝았던 한 때
    꽃잎의 치어들을 다 허공에 날려 보내고
    나무는 지금 푸르게 비어 있다
    꽃의 그늘이 진 자리에 초록의 소리가 가득 하다
    바람의 흔적이 가득한 나무 속
    나이테를 돌아 풀어지는 태엽
    평생 춤출 곡이 빙빙 돌아 어지럽게 새겨져 있다.
    푸른 치마를 입고 거꾸로 서서 흔들리는 듯
    바람이 상자를 닫는 시간
    음계들이 떨어진 나무 밑에는 그늘도 다 졌다
    나선형의 나이테 그 길이만큼 춤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