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새/ 하 현 식
저녁무렵
벼논에서나 너를 만났다
벼가 다 베어지고 나면
양지 바른 토담 아래
벼를 말리는 마당가에서나
너는 재재거리며 놀았다
언제는 숲 속에서나
은자처럼 숲에 취해
맑게 노래한 때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독한 매연의 꽁무니나 뒤쫓으며
슬픈 향기를 노리는 자여
저무는 벼논에서보다는
깊어가는 밤 포장마차에서
너는 가냘픈 갈비뼈를 과시한다
주정꾼의 열락을 함께 노래하는 자여
저녁 무렵 시름에 젖은
너의 노래는
다만 애절한 울음이 될 뿐이다